2014년, 의학교육학 박사과정를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안 되었던 때, 싱가포르국립대학(NUS)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의학교육컨퍼런스(APMEC)에 참석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하나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포스터 발표는 물론 하다못해 워크숍에서 말 한마디 했던 것조차도 뿌듯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6년만에 참석한 학회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장소는 NUS에서 대표적인 가족휴양지인 센토사섬으로 바뀌었고, 2월말에 열렸던 학회는 1월 초에 열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포스터 세션은 사라졌고, 대신 모든 발표는 Free communication 이나 Short communication 의 구연 발표로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학회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에 나는 박사과정을 마쳤고 소속과 직위와 역할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내보거나 다른 학회에서 구연발표도 해볼 수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6년전에 비해서 더 많은 "밑천"을 갖고 학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밑천"이 미친 영향이다. 6년 전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이젠 웬만한 것은 새롭지 않다. 내용의 새로움을 추구하자면 학회에서 계속 낯선 주제, 내가 덜 공부된 주제를 다루는 세션을 찾아가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세션을 찾아다니는 것은 당장 지금 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첫 번째 고민이다.
한편 APMEC의 주최기관과 장소의 특성상 싱가포르 참가자가 (거짓말 보테서) 9할쯤 되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혹은 응당 전공자로서 그래야 하겠지만) 내가 그 사람들보다 의학교육 관련 지식이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 근데 영어는 싱가포르 참가자들이 훨씬 잘한다. 여기서 두 번째 고민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이 그 만큼의 효용이 있을까?
물론 내용이 친숙하다는 것이 진짜 "아는"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또한 친숙한 내용일지라도, 논문에서 이름으로만 보던 대가들이 그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고, 플레이팅하고, 서빙하는지를 보는 것도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학회에 오는 비용(시간, 돈, 기회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차라리 논문을 읽는 것이 비용상 이득임은 명확해보인다. 세 번째 고민이다.
결국 이제는 왜 학회를 참석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너무 오래간만의 국제학회 참석이어서 조금은 들뜬 기분과 과도한 열정(...)에 실제로 pre- 와 post-conference workshop을 포함해서 5일간 내내 모든 시간에 어떤 세션이든 다 참석해서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이었다.
학회 참석의 목적에 있어, 확실한건 처음 이 분야에 들어올 때처럼 (최신)지식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적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하기엔 현실적으로 당장 나에게 중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다. (부족한 영어실력도 문제란건 안비밀로 하자..). 휴가...는 가고 싶은 곳으로 따로 가는게 좋은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제 나는 왜 때문에 학회에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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