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라지는 과정

#2019 : 내용 전문가

저 이렇게 잘 알아요. 의학교육의 과거부터 최신 지견까지 이렇게나 많이 공부했어요. 공부한 내용을 제가 의뢰받은 주제에 딱 맞게끔 정리해가며 발표를 준비했어요. 

#2020 : 비평가

우리는 여태 A, B, C...도 없이, 이것도 모르고 교육을 했어요. 강의로도 설명해드리고 나중에 찾아보실 수 있도록 자료로도 드릴게요. 한양의대에서 교육 업무를 하시기 전에 제가 준비한 내용을 아신다면 도움이 될 거에요. 

#2021 : 조력자
(1) 워크숍에 오셨으니 어렵지 않은 의학교육 용어(예: 역량) 몇 가지만큼은 배우고 가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2) 저도 교육을 하며 무수한 실패를 겪고 있습니다. 다들 힘든 여건이지만,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앞으로 교육에 관하여 필요하신 지원이 있다면 얼마든 도와드릴게요. 

 

2. 이유 

#2019 : 제한적인 책임감

타교 소속으로, 즉 외부 강사로 참여했다. 따라서 전체 프로그램의 구성은 내 소관이 아니고, 맡겨진 역할(주제)에만 충실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잘 만들어진 피피티는 나의 무기이자 나의 갑옷이었다. 한편, 청중(한양의대 신임교수)에 대한 이해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청중이 무얼 알고 무얼 모르는지, 어떤 상황에서 교육을 하고있는지 알리가 없었다. 어느 정도 분량의 자료를 어느 정도 시간에 걸쳐 설명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는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2020 : 불만과 정체성 혼란

2020년도 신임교수 워크숍은 한참 평가인증을 준비하던 중에 진행했다. 나름대로 한 학기 이상 지내다보니 학교 시스템이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었다. 동시에 교육과정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파악한 문제점을, 그리고 작은 개선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나 자신이 2019년 하반기 임용된 신임교원이었기에, 워크숍의 진행자이면서 동시에 참가 대상자였다. 여기서 약간의 정체성 혼란이 있었다. 다른 신임교수님들 앞에서 내가 뭔가를 발표한다는 것이 괜히 부담스러웠다. 

 

#2021 : 반성, 그리고 포석

정말정말 우습고 부끄러운 이야긴데, 내가 의학교육에 대해서 다른 분들보다 꽤(?) 많이 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완벽한 지식의 저주. 

 

한편, 의학교육학교실이 향후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의 더 많은 참여가 필요했다. 많은 교수와 학생이 의학교육학교실의 자문이나 조언을 받는 것이 유용하고, 필요하다고 느끼길 바랐다. 당장 교수법 하나 덜 배우더라도, 저 사람들은 믿을 만 하고, 교육적으로 challenging한 상황에서 도움을 기꺼이 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끼시길 바랐다. 즉,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있어야 비로소 의과대학에서 의학교육학교실이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기에, 신임교수워크숍이 그 계기 중 하나가 되게끔 하고 싶었다. 

 

3.
과연 2022년은...?

1. 유형
의과대학 신임교수 워크숍은 참석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각 의과대학 자체 워크숍

(2) 의학교육학회(지부 포함) 또는 의학교육연수원 주관 워크숍

 

(1)번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같은 기관 소속인 경우가 많다. 즉, A의과대학의 신임교수에게 A의과대학의 의학교육담당 교수가 교육을 제공한다. 물론 다른 의과대학의 교수를 초청하여 일부 세션을 맡기기도 하나 그 비중이 크지 않다.

(2)번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다른 기관 소속인 경우가 많다. 즉, A, B, C, D..의과대학의 신임교수에게 E, F, G, H의과대학 소속의 의학교육전공 교수가 교육을 제공한다. 물론 소속기관이 겹칠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2. 우열

두 방법 사이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신임교수워크숍'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의과대학 교수가 교육업무를 더 잘 하게 돕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주객전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평가인증의 요구 때문이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100%의 신임교수가" "1년 이내에" "15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질적인 교육의 효과는 이 기준의 관심사가 아니다. 신임교수워크숍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3. 핵심 질문
따라서 주객전도를 막으려면 '핵심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왜 신임교수 워크숍을 하는가?

▶신임교수 워크숍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4. 상황과 환경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의과대학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로는 다음이 있다. 
▷ 학교의 가용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 외부 워크숍 참여를 지원할 예산이 있는가?
▷ 100% 참석이 가능한 일시가 있는가? 
▷ 1년에 두 차례(봄, 가을) 이상 진행할 수 있는가?
▷ 15시간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의학교육전문가)이 있는가? 
▷ 교육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진행할 여건이 되는가?
▷ 리더십(학장단)의 지원은 어떠한가?
▷ 신임교수의 숫자는 총 몇 명인가?
▷ 신임교수들이 임용 직전에 어느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가?
▷ 신임교수의 의학교육에 관한 배경지식과 경험은 어느 정도인가?

 

5. 그래서 우리 워크숍은 잘 되었는가?

이번 워크숍에서 처음 목표했던 것,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낸 것은 강사진을 다양화하는 것이었다. 강사진 다양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면서 동시에 그 기저에는 더 많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많은 교수님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다음의 사람들이 워크숍의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 보직교수
□ 강의 우수교수: 학생들에게 설문을 통해 추천받았다. (★)
□ 실습 우수교수: 학생들에게 설문을 통해 추천받았다. (★)
□ 상담 우수교수: 학생들에게 설문을 통해 추천받았다. (★)
□ 외부연자: 이병두 교수님께서 의학교육진흥원 개원 축하와 겸하여 강의(녹화)를 해주셨다. (★)
□ 의학과4학년 학생 두 명: 학생이 생각하는 좋은 교육에 관한 학생의견을 전해주었다. (★)
□ 의과대학 행정팀 (★)
□ 병원행정팀(★)
□ 의학교육학교실

 

이 중에 (★)표시가 있는 것은 작년, 제작년 신임교수 워크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강사진이다.

 

6. 그렇지만..

나름대로의 변명거리는 있지만, 강사진 구성을 꽤나 다양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지분이 가장 높았다. 한편으로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는데, 내가 잘 했고 못 했고를 떠나서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지는 않아서 내년에는 크게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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