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드리야드가 설명한 네 가지 수준의 시뮬레이션에 따라 시뮬레이션 학습이 학습의 시뮬레이션이 되어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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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에서는 사본과 원본이 쉽게 구분된다. 2단계에서는 1단계보다 충실도가 높아지고, 시뮬레이션 환경은 실제와 비슷해진다. ‘온전한 몰입total immersion’으로 대체되는 ‘상호작용적interactive 시뮬레이션’은 2단계의 특징이다. 2단계 시뮬레이션은 현실에 근접하게 일치하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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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에서 3단계로 나아가면 시뮬레이션이 이제 진짜를 대체할 정도로 효과적이 된다. ‘현실에 가까운 사본(효과적 시뮬레이션)’이 현실에 우선하게 된다. 테크놀로지 주도의 학습 환경에 지나치게 매료된 나머지, 시뮬레이션 상황과 애초에 복제하고자 했던 실제 환경과의 접점은 점차 작아진다. 시뮬라크룸의 등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 이상 '사본'과 '사본을 낳은 원본'을 구분할 수 없다. 즉 원본이 없는 사본이다. 시뮬레이션은 이제 자체적인 내부 규칙에 의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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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지만, 이러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정신운동 기술을 배우는 것은 실세계 상황으로 학습이 전이되는 것이 어렵게 만든다.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하는 것은 판옵티콘의 갑시탑을 두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판옵티콘의 죄수들은 경비가 없어진 후에도 계속 감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시뮬레이션 감시’가 내면화되면, 학습자는 조작된 맥락engineered context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반응을 형성해간다. 조작된 맥락의 반응을 학습하면, 임상 상황에서 필요한 자연주의적이고 상황-민감한 반응이 왜곡된다. 요컨대, 학생들은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디시뮬레이션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하기 보다는, 학습을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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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크럼이 출현한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이제 '좋은' 의사소통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의사소통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디시뮬레이션(가상 환경을 연막으로 사용하여,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함)하는 것도 배운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사회적 반응을 유발하는) 현실의 복잡한 단서 및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감정적 진공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교실을 벗어나 안전한) 학습 환경에서, 학생은 현장의 지저분한 현실로부터 격리/절연insulate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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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에서는 시뮬라크럼이 현실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자유롭게 떠다닌다. 이 단계의 시뮬레이션은 '실제 세계와는 연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기 참조적 조건self-referential condition을 만들어낸다
고충실도와 테크놀로지가 중심이 된 시뮬레이션 맥락의 학습은 교실 및 임상현장 학습과의 끈을 절단할 위험이 있다. 역설적으로, 시뮬레이션은 더 이상 교실이나 임상현장을 복제하지 않으며, 더 정교한 형태로 그 자체를 재생산하기 시작한다. '충실성fidelity'이 (문화적) 진공상태에서 높아지는 것이다. 복제품을 만드는 원본은 '현실real'이 아니라, 시뮬라크럼 그 자체가 원본이 된다. 시뮬레이션이 이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시뮬라크룸은 완전히 자기-참조self-referential 방식으로 절연insulate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플라토의 ‘동굴’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출처:
Bligh, J., & Bleakley, A. (2006). Distributing menus to hungry learners: can learning by simulation become simulation of learning?. Medical teacher, 28(7), 60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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