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제 중심 인재선발 시스템에는 대체로 능력주의라는 명칭이 따라붙는다. 이 명칭은 수사적 설득력이 상당하다.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능을 갖추면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는, 가치 기반의 기회 시스템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보면, 다들 알다시피 그 암시대로 되고 있지는 않다. 바라는 만큼 열심히 노력해도 당신의 들쭉날쭉한 측면이 기관의 변덕스러운 틀에 잘 맞지 않으면 헛수고에 그칠 수도 있다. 인재 쿼터제가 존재하는 한, 가치를 지녔으나 맨 밑바닥에서 꼼짝없이 막혀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양산되기 마련이다. 현재의 기회 시스템이 애초부터 능력주의보다는 재능 귀족제talent aristocracy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면,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자처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더 신중했을지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