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의사 관계에서 '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환자와 의사(patient–physician dyad)**입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죠. 이 논문에서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를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과 내적주관성(intrasubjectivity) 개념을 이용해 탐구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료 인문학(medical humanities) 교육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합니다.


🧑‍⚕️ 의학은 과학일까?

서구 문화에서 의학은 흔히 '과학'으로 여겨집니다. 연구, 논문, 학회 등 모든 것이 과학적 접근을 강조하죠.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의대생들은 과학적 훈련을 받지만, 막상 환자를 만나면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당뇨(diabetes) 치료의 '이상적인' 방법은 하루 네 번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을 맞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가 이 방법을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거리에서 생활하는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하루 네 번 인슐린을 맞으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독거 노인에게 매일 혈당 체크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일까요?
  • 오랫동안 알고 지낸 주치의가 권유할 때와 처음 만난 내분비내과 의사가 권유할 때 환자의 반응은 같을까요?

즉, 의료는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맥락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 '의미'는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다

논문에서는 Dorothy Smith의 이론을 이용해 환자-의사 관계에서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합니다.

👉 Smith는 **"지식(knowledge)은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다"**고 말합니다. 즉,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의 대화 속에서 질병의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예시 1: 가슴 통증의 해석

환자가 몇 주째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 의사가 듣는 순간 이 증상이 '심장 문제'로 해석될 수도 있고, '소화 문제'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즉, 의사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증상도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예시 2: '이름 붙이기'가 의미를 결정한다

환자가 감기 증상을 보일 때, 의사가 진단명을 **"급성 기관지염(bronchitis)"**이라고 하면 환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항생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가슴 감기(chest cold)"**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죠.

💡 즉, 환자-의사의 상호작용 속에서 질병의 의미가 구성됩니다.


🤹 의사와 환자는 '여러 개의 자아'를 갖고 있다

기존 논의는 **환자와 의사를 단일한 주체(주관성)**로 봤지만, Donna Haraway의 개념을 빌려 보면, 우리는 모두 여러 개의 역할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의사는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 아빠일 수도 있고,
📖 학생이자 선생님일 수도 있으며,
🏥 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환자도 단순히 '환자'가 아니라,
👩‍🏫 선생님,
🎨 예술가,
👵 가족의 일원일 수도 있습니다.

 

즉, 의사와 환자는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정체성을 지닌 '사이보그(cyborg)' 같은 존재입니다.

💡 이 개념을 의료에 적용하면, 환자를 단순히 '질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 의료 인문학 교육이 필요한 이유

논문은 이런 복잡한 환자-의사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의료 인문학(Medical Humanities)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의대 교육은 과학적 지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의사들이 실제 환자와의 관계에서 겪게 될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다면, 의료 인문학 교육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1️⃣ 문학(literature) 활용

  • 환자의 이야기를 소설이나 수필을 통해 접하면, 환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 의사들의 다양한 정체성과 내적 갈등을 다룬 문학도 도움이 됩니다.

2️⃣ 철학 및 이론적 도구 제공

  • 환자와 의사의 상호작용을 '의미의 공동 창조'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르칩니다.
  • '진실'이 하나가 아니라 환자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합니다.

3️⃣ 다양한 역할의 존중

  • 환자를 단순히 '질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가진 한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결론: 의사는 의미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논문은 의사가 단순한 질병 치료자가 아니라, 환자와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 환자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의사와 함께 자신의 질병과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주체입니다.
✅ 의사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되, 환자의 맥락과 상호작용 속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 이를 위해 의료 인문학 교육이 필수적이며,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의학은 과학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이해하는 예술이다."
이 문장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며,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


논문 서론: 의학의 과학화와 임상 현실 사이의 간극

이 논문은 의학이 서양 문화에서 과학으로 여겨지는 경향을 문제 삼고 있어요. 의학은 과학적인 학술지와 회의, 과학적 방법론의 강조를 통해 스스로를 과학으로 포장하지만, 실제 의학의 본질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의학의 과학화가 의사가 임상 현장에서 겪는 **dissonance (불협화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자 합니다. 즉, 의학이라는 학문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면서, 의사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겪는 괴리감을 분석하고, 이러한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핵심 문장:

  1. "Medicine is often taken up in Western culture as a science". ("의학은 서양 문화에서 과학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2. "Despite the deeply non-scientific aspects of its nature, it publicly presents itself only as science, with scientific journals, scientific meetings and a public reification of the scientific method". ("본질적으로 비과학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은 과학 학술지, 과학 회의, 그리고 과학적 방법론의 강조를 통해 스스로를 과학으로 제시한다.")
  3. "Rather, the article problematises the impact of the public scientification of medicine on the dissonance faced by those who join the profession as they encounter the disjunction between this discourse and the realities of practice". ("이 논문은 의학의 공적인 과학화가,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담론과 실제 임상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겪으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삼는다.")
  4. "Given the position that insight into this dyad and the role or roles of the physician within it is fundamental to a coherent medical praxis, it advocates the introduc-tion into medical training of intellectual tools necessary for this understanding". ("환자-의사 dyad와 그 안에서 의사의 역할에 대한 통찰이 coherent한 의학 praxis에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이 논문은 의학 교육에 이러한 이해에 필요한 지적 도구를 도입할 것을 옹호한다.")

환자-의사 Dyad의 중요성

저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dyad (이인조)**에 대한 통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Dyad란 단순히 두 사람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실천(medical praxis)**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의학 교육에서 이러한 dyad을 이해하기 위한 지적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임상 교육의 현실: 명확하지 않은 해답들

의대생들은 과학에 기반한 기초 의학 교육을 받지만, 임상 교육이 시작되면서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때로는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개별화된 해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핵심 문장:

  1. "Physicians undergo many years of science-based preclinical training". ("의사들은 수년간 과학에 기반한 기초 의학 교육을 받는다.")
  2. "Nonetheless, once clinical training begins, there develops an intuitive understanding that some things are not so clear-cut, that sometimes there is no one correct answer—even that sometimes the correct answer must be individualised". ("임상 교육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고, 때로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며, 심지어는 개별화되어야 한다는 직관적인 이해가 생긴다.")
  3. "These physicians start to practice medicine, whether as trainees or as licensed professionals, and quickly realise that often the right answer depends on an individual other than themselves: the patient". ("수련의든 면허를 취득한 의사든, 의사들은 의료 행위를 시작하면서 종종 정답이 자신이 아닌 다른 개인, 즉 환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뇨병 치료의 예시: 환자 중심 치료의 필요성

저자는 당뇨병 치료를 예시로 들어 환자 중심 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교과서적인 당뇨병 치료는 혈당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여러 번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이러한 치료법이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 중독자, 시각 장애가 있는 노인,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 등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환자들에게는 획일적인 치료법이 아닌, 그들의 상황과 needs에 맞는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합니다.

 

핵심 문장:

  1. "The textbook treatment for diabetes, then, is to artificially lower the blood sugar to non-diabetic levels at all times without ever letting it dip into the dangerously low range". ("교과서적인 당뇨병 치료법은 혈당을 인위적으로 비당뇨병 환자 수준으로 낮추고 위험할 정도로 낮은 범위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다.")
  2. "It is painfully clear that, while there are some people with diabetes for whom this sort of routine is possible, there are many people for whom it is not". ("이러한 일상이 가능한 당뇨병 환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도 많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3. "There simply is no right answer, except in the context of the individual patient–physician dyad". ("개별 환자-의사 dyad라는 맥락을 제외하고는 올바른 해답은 없다.")

의학계의 딜레마: 과학적 접근과 환자 중심 치료 사이의 괴리

저자는 의학계가 **다양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이론화하거나 학생들에게 명시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의학 교육은 과학적 접근에 치중되어 있어, 환자 중심 치료에 필요한 **post-modern (포스트모던)**적 사고방식을涵養(함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죠.

 

 

환자-의사 Dyad과 상호주관적 의미 창조 (Intersubjective Creation of Meaning)

이 파트에서는 의학의 핵심인 환자-의사 dyad 내에서 **intersubjectivity (상호주관성)**를 통해 **meaning (의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physical reality (물리적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disease)의 의미가 환자와 의사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구성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핵심 문장:

  1. "At the heart of medicine is the patient, and the fundamental relationship in medicine is the patient–physician dyad". ("의학의 핵심은 환자이며, 의학에서 가장 근본적인 관계는 환자-의사 dyad이다.")
  2. "It is within this encounter that meaning is created". ("의미가 생성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만남 속에서이다.")
  3. "Physical reality is not determined by the encounter; an individual patient either is, or is not, subject to a particular pathophysiological disease process". ("물리적 현실은 이러한 만남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개별 환자는 특정 병태생리학적 질병 과정에 영향을 받거나 받지 않는다.")
  4. "However, the meaning of that disease (or lack thereof) to the patient, her illness state, is mediated at that moment both by her own standpoint and by her interactions with the physician diagnosing and treating her". ("그러나 그 질병(또는 질병의 부재)이 환자에게 갖는 의미, 즉 환자의 질병 상태는 그 순간 환자 자신의 관점과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와의 상호작용 모두에 의해 매개된다.")

Psychosomatic Illness (정신신체 질환)의 예시

**Psychosomatic illness (정신신체 질환)**은 상호주관적인 의미 창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임상에서도 질병의 의미는 끊임없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겪는 흉통은 의사가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심장 통증"이 되고, 다리가 붓는 증상은 검사 결과에 따라 "심부전", "신장 질환", "난소암" 등으로 의미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핵심 문장:

  1. "This is most glaringly brought to the fore in the diagnosis of psychosomatic illness, in which physical symptoms are linked by one member of the dyad to underlying psychosocial problems rather than to biological diseases". ("이것은 정신신체 질환의 진단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경우 신체적 증상은 dyad의 한쪽 구성원에 의해 생물학적 질병보다는 근본적인 심리사회적 문제와 연결된다.")

Dorothy Smith의 지식 창조 이론

저자는 Dorothy Smith의 지식 창조 이론을 통해 환자-의사 dyad 내에서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합니다. Smith는 지식이 두 주체 간의 만남을 통해 창조된다고 주장하며, 이는 환자-의사 dyad에서 환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환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핵심 문장:

  1. "This move away from knowledge as the product of an individual is emphatically not a denial of individuality or individual subjectivity but is, rather, an emphasis on the need for two separate subjectivities in order to create meaning". ("지식을 개인의 산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은 개인이나 개별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분리된 주체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텍스트와 독자 간의 상호작용

Smith는 상호주관성이 반드시 두 사람 간의 대화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texts (텍스트)**와 readers (독자) 간에도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의사의 경우, 환자를 만나기 전에 환자의 차트를 "텍스트"로 접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가 환자에 대한 관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사 dyad에서 생성된 의미는 환자의 차트, 의뢰서, 보험 서류 등의 "텍스트"로 변환되어 다른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신체 (Body)의 주체성

Smith는 **biological reality (생물학적 현실)**로서의 **body (신체)**를 인정하며, 신체를 "텍스트"로 해석하여 의사와 환자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합니다. 특히,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환자를 진료할 때, 신체를 단순히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고, 환자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언어, 명명, 그리고 의학적 진단

Smith는 **language (언어)**가 지식, 물리적 현실, 그리고 신체를 연결한다고 주장합니다. **Mikhail Bakhtin (미하일 바흐친)**의 이론을 바탕으로, 환자-의사 dyad 내에서 언어를 통한 naming (명명) 행위가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합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growth (growth)", "lump (덩어리)", "mass (mass)"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진단을 내리기 전에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핵심 문장:

  1. "That is, language, which in itself is limited by the possibilities permitted by the human body, shapes and limits the knowledge that is intersubjectively created within the dyad". ("즉, 언어는 그 자체가 인간의 신체가 허용하는 가능성에 의해 제한되지만, dyad 내에서 상호주관적으로 생성되는 지식을 형성하고 제한한다.")
  2. "Physicians may, for example, tell patients about “growths’’, “lumps’’, “masses’’, or even “tumours’’ before they have a definite pathological cause, despite knowing the nearly certain diag-noses". ("예를 들어, 의사들은 거의 확실한 진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명확한 병리학적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growth', 'lump', 'mass' 또는 'tumour'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3. "They may reserve the word cancer, with its connotations of painful treatments and possible death, until the final possible moment". ("그들은 고통스러운 치료와 죽음의 가능성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암'이라는 단어를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아껴둘 수 있다.")

Bronchitis (기관지염) 진단 연구

Journal of the American Board of Family Practi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환자에게 동일한 증상을 설명하면서 다른 진단명을 사용했을 때 환자의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Viral upper respiratory infection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 "chest cold (가슴 감기)", "bronchitis (기관지염)"라는 용어는 임상적으로 유사하지만, "bronchitis"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항생제 처방에 대한 불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이는 **naming (명명)**이 환자-의사 dyad 내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언어와 의미의 연결

Dorothy Smith는 **language (언어)**가 지식, 물리적 현실, 그리고 **body (신체)**를 연결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언어는 인간의 신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되지만, 동시에 환자-의사 dyad 내에서 상호주관적으로 생성되는 지식을 형성하고 제한합니다.

  • 핵심 문장: "That is, language, which in itself is limited by the possibilities permitted by the human body, shapes and limits the knowledge that is intersubjectively created within the dyad". ("즉, 언어는 그 자체가 인간의 신체가 허용하는 가능성에 의해 제한되지만, dyad 내에서 상호주관적으로 생성되는 지식을 형성하고 제한한다.")

Bakhtin과 언어

**Mikhail Bakhtin (미하일 바흐친)**의 이론은 언어와 의미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Bakhtin은 **utterance (발화)**를 기본적인 의사소통 단위로 보았으며, 발화는 단순히 문장이나 구절이 아니라 화자와 청자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갖는 역동적인 요소입니다.

  • 발화는 항상 **response (반응)**를 전제로 하며, 청자의 적극적인 이해를 예상하고 구성됩니다.
  • **Speech genres (언어 장르)**는 특정 상황에서 사용되는 비교적 일정한 형태의 언어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배경지식을 고려하여 동료, 다른 의료 전문가,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언어 장르를 바꿔야 합니다. 의사가 환자의 이해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전문 용어를 남용하면 환자는 혼란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명명 (Naming)의 중요성

**Naming (명명)**은 환자-의사 dyad 내에서 의미를 창조하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질병의 정확한 **diagnosis (진단)**을 내리기 전에 "growth (growth)", "lump (덩어리)", "mass (mass)"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는 "cancer (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 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암"이라는 단어는 고통스러운 치료와 죽음의 가능성이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핵심 문장: "Physicians may, for example, tell patients about “growths’’, “lumps’’, “masses’’, or even “tumours’’ before they have a definite pathological cause, despite knowing the nearly certain diag-noses". ("예를 들어, 의사들은 거의 확실한 진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명확한 병리학적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growth', 'lump', 'mass' 또는 'tumour'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 핵심 문장: "They may reserve the word cancer, with its connotations of painful treatments and possible death, until the final possible moment". ("그들은 고통스러운 치료와 죽음의 가능성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암'이라는 단어를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아껴둘 수 있다.")

기관지염 (Bronchitis) 진단 연구

Journal of the American Board of Family Practice에 발표된 연구는 **naming (명명)**이 환자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연구 결과, 동일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게 다른 진단명을 사용했을 때, "bronchitis (기관지염)"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항생제 처방에 대한 불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이는 환자들이 특정 질병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기대감이 치료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핵심 내용: "Despite equal written (and appropriate) reassurance that an antibiotic would not make the infection get better any faster, 26% of patients whose scenarios had named the disease in question bronchitis said they would still have been dissatisfied if they had not been prescribed an antibiotic, while 13% and 17%, respectively, of the chest cold and viral upper respiratory infection groups said they would have been dissatisfied with that result". ("항생제가 감염을 더 빨리 낫게 하지 못한다는 동일한 내용의 서면(및 적절한) 안심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에서 질병 이름이 기관지염으로 명명된 환자의 26%는 항생제를 처방받지 못했다면 여전히 불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한 반면, 가슴 감기와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 그룹의 13%와 17%는 각각 그러한 결과에 불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상적 시사점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의사가 환자에게 진단을 설명할 때 언어 선택에 신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문화적 배경, 교육 수준, 그리고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고려하여 환자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여 질병의 심각성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환자가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의 한계

SmithBakhtin의 이론은 **환자-의사 dyad (Patient-Physician Dyad)**를 두 개의 개별적이고 통합된 주체 간의 상호주관적인 만남으로 가정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multiple speech genres (다중 언어 장르)**의 개념을 통해 다양한 주체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러한 주체성이 상호주관적인 공간에서 의미 창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 이러한 관점은 의사와 환자의 주체성이 오로지 환자-의사 관계라는 역할 내에 완전히 포함된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의사는 부모, 자녀, 연인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며, 환자 또한 아픈 사람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삶의 측면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러한 상호주관성은 환자와 의사의 상호작용을 질병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가두고 끊임없는 이분법적 관계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Haraway의 사이보그 (Cyborg) 이론

**Donna Haraway (도나 해러웨이)**는 **A cyborg manifesto (사이보그 선언)**에서 **partial perspectives (부분적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이보그라는 은유를 통해 비-통합적 주체를 구현합니다. 그녀는 **permanently partial identities (영구적으로 부분적인 정체성)**와 **contradictory standpoints (모순적인 관점)**의 세계를 상상하며, 개인적 및 집단적 자아의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구성을 옹호합니다.

  • **분산 (Dispers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분석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가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사이보그 관점은 환자와 의사가 **cyborgs (사이보그)**처럼 해체되고 재조립된 존재임을 인정하며, 각 주체가 여러 역할과 관점을 동시에 구현하면서 상호작용하고 의미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몸 (Body)의 재해석

Intrasubjectivity (개인 내 주관성) 개념은 환자-의사 관계에서 **몸 (Body)**의 역할을 재해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환자가 단일한 주체로 여겨질 때, 몸은 다른 주체성의 측면이 없을 때만 전면에 드러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다중 주체 (Multiple Subject)**의 관점에서 몸은 환자의 다른 측면을 침묵시키지 않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몸은 대화적 (dialogical)이고 물질적 (material)인 것으로 간주되어 지식 창조에 기여하면서도 병리생리학적 과정의 변함없는 구현체로 남을 수 있습니다.
  • 환자의 고통, 증상, 의사의 단서 외에도 환자의 몸이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모든 측면 (노동, 운동, 성관계, 출산 등)이 존중될 수 있습니다.

언어 장르 (Speech Genres)의 확장

Haraway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Bakhtin언어 장르 (Speech Genres) 개념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의사와 환자는 병원에서 대화할 때와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또는 환자가 의사의 자녀의 유치원 교사일 때 각각 다른 언어 장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화자와 청자 모두의 다중 주체성은 다양한 언어 장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며, 특정 순간과 공간에서 사용할 언어 장르를 선택해야 합니다.

Polyphony (다성성)의 재정의

Bakhtin은 **다성성 (Polyphony)**을 여러 목소리를 가진 **Dostoevsky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다성성은 상호 의존적이고 역동적인 자아의 통합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개별 주체성의 상호작용을 나타냅니다.

  • Haraway의 관점에서 진정한 다성적인 만남은 여러 부분적인 주체성이 상호작용하면서 경쟁적이고 보완적인 언어 장르 (Speech Genres) 내에서 발화를 창조하는 목소리를 포함합니다.
  • 피상적으로 이분법적인 환자-의사 만남조차도 다성성의 재정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임상적 Praxis (실천)로의 전환

다성적인 환자-의사 만남에서 의미의 상호주관적, 개인 내 주관적 창조를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만남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단순한 진료를 실천 (praxis)으로 전환합니다.

  • 당뇨병 환자 치료의 예에서, 몸은 말할 수 있게 되고, "환자"와 "의사"라는 주체성도 발언권을 얻게 되지만, 경제적 상태, 고용, 주거, 교육, 사회적 지원에 대한 질문은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됩니다.
  • 의사는 환자와 함께 질병의 의미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환자가 자신의 질병 관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의사의 부분적인 관점은 질병이 환자의 다른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상상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걱정과 숨겨진 걱정 모두에 의미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임상 의학 실천의 핵심: 환자-의사 관계와 포스트모더니티

임상 의학 실천의 핵심에는 환자-의사 관계가 있으며, 이는 근본적으로 **post-modern (포스트모던)**합니다. 이 관계는 환자와 의사 모두의 multiple subjectivities (다중 주체성) 간의 상호주관적인 만남을 통해 의미를 창조합니다. 이러한 주체성은 특정한 **speech genres (언어 장르)**에 접근하여 상호작용 시 발화를 안내합니다. 이러한 만남에서 창조된 의미는 병리생리학적 질병 과정의 물리적, 물질적 현실과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생물학적 신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주체성과 agency (행위성)를 존중합니다.

  • 핵심 내용: 환자와 의사의 만남은 **intersubjective encounters (상호주관적 만남)**이며, 이는 **multiple subjectivities (다중 주체성)**를 통해 의미를 창조합니다.

왜 이러한 개념화가 놀라운가?

환자와 의사의 만남이라는 일상적인 사건이 왜 일반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이론화되지 않을까요?.

  • 의학의 **legitimating, self-promoting public discourses (정당화하고 자기 홍보적인 공적 담론)**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고, 실제로 의학을 경험하는 사람들만이 이러한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 대다수의 의사들은 critical (비판적) 또는 **literary theory (문학 이론)**에서 파생된 도구를 사용하여 자신의 경험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지 못했습니다.
  • 과학 기반의 학부 교육과 의과 대학의 과학 중심적인 임상 전 단계를 거친 학생들은 임상 현장에서 개인, 환자 및 의사의 주체성, ambiguity (모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언어나 ontology (존재론)를 갖추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 의학의 과학이 임상 실습과 만나면서 발생하는 부조화는 곧 사라지고, 환자 중심의 의료의 모호성과 상호주관성은 너무 흔해져서 주목조차 받지 못합니다.

의료 실천을 Praxis (실천)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

의료 종사자들이 자신의 실천을 이론화하고 이해하여 환자와의 만남을 단순한 practice (진료)에서 **praxis (실천)**로 전환하려면, 임상 단계를 시작하기 전에 이러한 이해에 필요한 지적 도구를 제공해야 합니다.

  • 의대생의 ontology와 epistemology (인식론)를 완전히 재구성하는 것은 달성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 그러나 ambiguous knowledge (모호한 지식), the body as text (신체를 텍스트로 보기), 그리고 환자와 의사를 **subjects (주체)**로 보는 아이디어를 **medical humanities curriculum (의료 인문학 커리큘럼)**을 통해 임상 전 교육에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의료 인문학의 목표와 가능성

문학과 의학 분야의 고전적인 논문 중 하나는 의학 교육에서 문학, 특히 예술의 목표와 가능성에 대한 개요를 제시합니다.

  • **Illness narratives (질병 이야기)**는 학생들이 아픈 환자의 경험에 대해 배우는 데 유용할 수 있습니다.
  • 환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환자의 주체성과 agency, 그리고 병원이나 진료소 밖에서의 삶에서 환자가 가지는 다중 주체성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 의사에 대한 텍스트는 전문가이자 사람으로서의 의사의 다양한 역할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 **Narrative (이야기)**에 대한 이해는 수련생들이 nascent (초기) 의사로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Literary theory (문학 이론)**는 임상 실습에 대한 통찰력과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원천으로 옹호됩니다.
  • 환자의 **body (몸)**를 **text (텍스트)**로 보는 역할도 강조됩니다.
  • 문학은 의대생들에게 **ambiguity (모호성)**을 가르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의료 인문학 커리큘럼의 발전

문학과 의학, 그리고 다른 의료 인문학 커리큘럼은 북미와 영국의 의과 대학에서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리큘럼이 발전하고 더욱 정교해짐에 따라 학생들이 미래의 현실을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 인문학 커리큘럼은 의대생들이 상호주관성과 개인 내 주관성에 대한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이러한 이해를 일관된 임상 praxis (실천)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Kuper, A. (2007). The intersubjective and the intrasubjective in the patient–physician dyad: implications for medical humanities education. Medical Humanities33(2), 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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