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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의 의료 AI 교육 활성화 [패널 토의] 토론원고

Meded. 2022. 10. 7. 10:33

《의료 AI 교육 및 해외진출 지원》심포지엄 
제1부 의과대학의 의료 AI 교육 활성화

 

[패널 토의] 토론원고(김도환)

 

안녕하세요. 한양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김도환입니다. 먼저 이번 심포지엄에 패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비록 제가 의료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거나, 임상현장에서 진료에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과대학 교육 혹은 의학교육의 관점과 최근의 논의를 토대로 약간의 의견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발표에서 말씀하신 ‘AI native doctor’라는 표현을 보며, 궁극적으로 ‘의료 AI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2001년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그 전 세대인 디지털 이주민과 대비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AI native doctor는 어떤 의사를 말하는 것일까요? 아마 앞선 두 교수님의 발표를 바탕으로 여러 청중께서도 각자 떠올리신 이미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몇 가지 비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의과대학생들은 Tablet-native 학습자입니다. 강의 자료를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태블릿에 저장하고, 태블릿으로 보고, 곧바로 필기를 합니다. 자료 공유도 물론 파일로 합니다

 

요즘 운전자는 Navigation-native 운전자입니다. 도로와 주소를 전혀 모르더라도, 목적지만 설정하면, 경로는 자동으로 정해지고, 안내에 따라 신호에 맞춰 운전할 줄만 알면 됩니다. 

 

요즘 사람들은 Recommendation-native 시청자입니다.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첫 화면에 뜬, 즉 추천 받은 영상을 자연스럽게 시청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은 Smartphone-native 생활인입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스마트폰은 거의 우리 몸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요컨대 OO-native라는 표현은 어떤 일을 OO와 함께하는 것이 너무 익숙한 상태를 의미할 것이며, 반대로 OO가 없는 상태가 오히려 어색하고 힘든 사람을 의미할 것입니다. ‘의대생들에게 아이패드 없이 수업을 들어라’, ‘운전자에게 네비게이션 없이 운전해라’,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없이 살아봐라’라는 말이 얼마나 답답한 느낌으로 다가올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AI-native doctor는 어떤 의사일까요? 의료 인공지능에 관하여 무엇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할까요? 이 능력을 졸업성과, 졸업역량, 교육목적, 교육목표, 학습성과 등등 교육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뭐라고 부르든, 교육과정의 설계는 바로 이 “학습자가 최종적으로 갖춰야 하는 능력”을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다분히 원론적이지만, ‘누가 가르칠 것인지, 언제 가르칠 것인지,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와 같이 ‘의료 AI 교육’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서 2021년 미국 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에서 출판된 논문[1]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의 ‘사용-해석-소통’이라는 세 가지 능력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료 AI의 사용에 능숙해지는 것 입니다.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AI의 도움을 받기에 적절한 상황인지 아닌지(whether) – 반대로 말하면 어떤 상황은 AI를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한지 – 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또한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Which) AI/테크노로지를, 어떻게(How) 사용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고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용,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흔한 예로, 스마트폰에 무수히 많은 기능과 무수히 많은 앱이 있지만, 늘 쓰던 기능과 앱만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둘째, 의료 AI의 해석에 능숙해지는 것 입니다. 이는 맹목적이지 않은 사용을 의미합니다. AI의 아웃풋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는 오류를 잡아내는 것(예: 잘못된 판독)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결과가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 즉, 인공지능에 존재할 수 있는 편향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기존의 데이터가 편향된 만큼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개인화된 추천시스템이 한 개인이 가진 취향에 따라 편향된다는 점에서 취약하다면, 대량의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그 사회에 내제된 구조적 편향structural biases에 취약합니다. 물론 아직 이 문제는 인종/민족적으로 다양한 서양 국가에서 주로 언급됩니다만, 우리나라에 존재하는/존재할 ‘구조적 편향’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셋째, 의료 AI의 과정과 결과를 소통하는 데 능숙해지는 것 입니다. 소통의 대상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예방/진단/치료/돌봄/행정/연구 등을 목적으로 얻어진 결과는 물론, 그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포함됩니다. 소통의 상대방은 적어도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처음의 둘은 환자와 동료 의료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으로, 여기까지는 기존의 의사소통에서도 중시됩니다. 나머지 하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과 소통이고, 의료 AI의 발전과 함께 새로이 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에 더해서, 우리는 무엇이 AI-native doctor에 해당하지 않을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비게이션을 잘 쓰기 위해서 GPS의 원리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거나, 스마트폰을 잘 쓰기 위해서 반드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비록 일부 의사는 직접 의료인공지능을 개발하겠지만) AI-native doctor란 의료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의사보다는 그것을 잘 활용하는 의사에 가까울 것입니다. 앞선 두 교수님의 발표에도 ‘AI의 활용’을 강조하셨다고 이해했습니다. 

 

‘의료 AI의 활용’,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임상현장에서 일어나는 의료 AI의 활용, 저는 여기에 ‘의료 AI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들은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본 것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해서, 현장에서 잘 하고 있으면, 덜 가르쳐도, 아니 심지어는 안 가르쳐도 학생들은 배울 것입니다. 반대로, 수업시간에 AI를 ‘글’로 아무리 배워도, 현장에서 그것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면 수업에서 배운 것은 배우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현장에서의 의료 AI 활용’이 ‘의료 AI 교육’에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째, ‘의료 AI 교육’은 임상현장에서 ‘현재 활용 중인 것’에서 시작했으면 합니다.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는 저는 지금 임상현장에서 의료 인공지능이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출발점은 ‘지금 사용중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수업(임상실습 전 단계)과 실습(임상실습 단계)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더 중요한 장점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을 가르칠수록 ‘별도의 교수개발(=강사 수급 노력)’ 필요성이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OO를 가르칠 교수가 없다’, 이 말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새로운 주제를 도입하려고 할 때마다 불거지는 어려움이며, ‘가르칠 교수가 없는’ 교육 주제가 성공적으로 교육과정에 안착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의료 AI 교육’은 기존 교육과정에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육과정에 ‘녹아드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말하자면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선 발표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아주 많은 주제가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교육과정에 새로운 과목이나 교육내용을 추가할 만큼의 여유가 있는 학교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유공간이 없다고 해서 ‘의료 AI’라는 것이 외면할 수 있는 변화도 아닐 것입니다. 다행히 앞서 말씀드린 ‘의료 AI의 사용-해석-소통’이라는 흐름에 비춰보면, 이미 존재하는 교육과정과 많은 부분 접목될 수 있어 보입니다. AI의 사용은 ‘임상 추론’과, 해석은 ‘근거중심의학’과, 소통은 ‘커뮤니케이션’과 가까워 보입니다. 이 외에 다른 방법도 많겠지만, 핵심은 기존 교육과정에 ‘추가되는’ 것이 된다면 기존 교육내용과 한정된 교육시간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습니다.

 

셋째, 의료 AI를 조금 더 Zoom-out한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를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넓게 보자면 인공지능 역시 새롭게 등장하고, 열렬한 환호를 받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거나, 혹은 잊혀지는 무수한 Technology 중 하나가 아닐까요? AI말고도 빅데이터, AR, VR, 메타버스, 그리고 더 미래에는 – 지금은 이름조차 모르는 – 또 다른 Technology가 새로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거기에 맞춰서 교육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계획에 가까워 보입니다. 의료 AI 교육이, ‘새롭게 등장하는 테크놀로지’를 의과대학 교육에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고민으로 좀더 일반화하고, 확장하는 계기이자 촉매가 되었으면 합니다.

 

넷째, 너무 많은 것이 학부교육(의과대학)의 숙제로만 남겨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의과대학에서 의료 AI에 대한 조기노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무방비상태에서, 졸업 후에야 의료 AI를 접하고 사용하게 될 때 생길 미숙함이나 거부감은 최소화하고, 더 빠르게 배워나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치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가 그러하고, 생리학적 원리가 그러하듯, 의과대학에서는 ‘수명이 긴 지식’, ‘변하지 않을 지식’, ‘보다 근본적인 지식’을 중심으로 해야, 그나마 이미 가득찬 교육과정 속에 조금이나마 자리를 찾아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결국 이 교육은 졸업후교육, 즉 전공의 수련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네, 저도 현재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전공의 수련교육’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쩌면 덧없는 주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올해로 3년째 진행하는 ‘전공의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구축사업’을 비롯하여, 느리지만 조금씩 수련교육환경도 개선되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의사가 되기 위해 습득하는 많은 내용 중, 그 어떤 것도 한 번, 한 시점에 종결되지 않으며, 첫 발표에서 언급된 것처럼 ‘프로그램 평가’와 그에 기반한 개선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의료 AI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https://nam.edu/artificial-intelligence-for-health-professions-educators/